신입사원보다 되기 쉬운 해양수산부장관

 이하의 내용은 한 다리 건너서 들은 이야기이다.
 모 백화점의 신입사원으로 지원한 대학생 A씨는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우리 백화점 XX지점의 3층에는 무슨 매장이 있는지 아세요?"

 물론 그 회사에 엄청난 열정을 지닌 사람이라면 알 수도 있는 사항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A씨는 몰랐다. 솔직함이 미덕이리라. A씨는 고개를 숙이며 이렇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모르겠습니다."

 A씨는 못내 아쉬웠다. 그 백화점이 몇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고 가장 높은 매출은 어느 지점이며 경영에 관한 최근의 동향까지 모두 숙지한 상황이었는데 각 층에 뭐가 있는지까지는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A씨의 모른다는 대답에 면접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지원자에게 질문을 시작했고 A씨는 면접 분위기가 썩 좋지 않음을 느꼈다. 그리고 탈락 통보를 받았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각층에 무엇이 있는지 아는 것. 그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딱히 대단히 어려운 사항도 아니다. 그냥 하루 이틀만 출근하면 충분히 숙지할 수 있는 사항이고, 업무에 영향을 미칠 일은 아마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A씨는 낙방했다.
 취업을 준비중인 대학생들이라면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 경험이 제법 있을 것이다. 회사에서 실제 하는 일과는 전혀 상관도 없는 질문들. 사상 검증이라면 차라리 낫다. 회사의 성향과 어울리는지 가늠하는 잣대가 될 테니까. 그러나 특별히 역량을 측정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아주 사소한 사항에 대한 질문으로 지원자를 가늠하는 경우가 더러있다. 예를 들면

"우리 회사 홈페이지 들어가 봤습니까? 메인 화면에 뭐가 나오던가요?"
"우리 회사 시가 총액을 알고 있습니까?"

같은 질문들이다. 딱히 알아도 몰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질문들이다.

 사기업의 일개 신입사원들조차 이런 하찮은 질문으로 인해 자질이 평가된다. 반면에 해양수산부장관은 얼핏 들어도 직무의 기초상식정도 밖에 되지 않을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하였으며 그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허허허 웃음만 터트릴 뿐이었다. 여기서 인정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모를 수도 있지." 라는 사실이다. 그렇다,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전 국민이 볼 수 있는 청문회에 참석할 후보자의 입장이었다면 공부를 해왔어야 했다. 무슨 자신감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청문회에 참석한 것일까. 어떤 생각으로 야당의 서슬퍼런 검증의 칼날을 받아내려고 온 것일까.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해양수산부장관은 열정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겠다고 말했다. 아, 참 많이 듣던 말이다. 신입사원 면접에서 스펙도 면접 스킬도 자질도 부족한 지원자들이 늘 하는 말.

 "모자란 부분은 열정으로 보충하겠습니다. 시켜만 주신다면 어떤 일이든……."

 이는 100% 탈락을 보장하는 멘트이다. 하지만 대졸 신입사원은 탈락이지만 해양수산부장관은 합격시켜줄 수 있는 멘트인가 보다. 취업난으로 고민 중인 대학생들은 이참에 장관으로 나서보는 것이 어떨까. 

by 명상 | 2013/04/17 21:58 | 잡담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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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냥냥냥 at 2013/04/17 23:04
저랑 같은 생각을 하셨군요. 기성세대는 그냥 학교랑 성적만 좋으면 회사나 관심이 있던말던 관련분야에 지식이 있던말던 그냥 입사했었죠. 근데 장관도 그런식으로 임명하다니... 요즘처럼 스펙 쌓고 미리 기업에 대해 철저히 공부하고도 취업하기 힘든 청년들에게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인사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국방부 다음으로 해양수산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러다가 우리바다 일본이나 중국에 다 뺏기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네요.
Commented by 흑범 at 2013/04/18 18:06
가장 날로 쳐먹은 새끼들이 바로 지금 486세대들이지요. 30대 후반인 저는 그새끼들 그냥 학교만 나오면 취직한 것을 봤습니다.

그새끼들은 그냥 대학만 나오면 취직이 가능했던 새끼들입니다.
Commented by 명랑이 at 2013/04/18 07:39
뭐 그냥... 장관은 거들 뿐이라서 그런거 아닐까요? ㅎㅎ
Commented by 흑범 at 2013/04/18 17:48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4/13/2013041300200.html

"여성 배려 차원에서 발탁했고 윤 후보자도 열심히 해보겠다고 하니 지켜봐 주고 도와달라"

이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실력 능력 검증 없이 무조건 여성 배려 차원에서 발탁했으니까 봐달라. 참 할말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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